당신의 계절이 궁금합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가을입니다. 미처 물들지 못했던 가로수 잎이 빗물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빠르게 떨어지는 기온만큼이나 가을은 급하게 떠나는 것 같습니다.늘 맞이하는 계절, 가을이지만 높고 푸 른 하늘과 알록달록한 단풍이 특히나 귀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흔히 사람의 삶을 계절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1년마다 맞이하는 사계절이 있고, 생애 전체를 아우르는 사계절도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가능성과 기회로 꿈틀거리는 봄, 집중과 성장의 왕성한 기운이 가득한 여름, 뿌린 대로 거두는 수확에 대해 성찰하는 가을, 지난 시간의 아쉬움과 다음 계절을 준비함에 설레는 겨울처럼요.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 삶의 계절을 느껴봅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며 미루기만 했던 글쓰기, 하지만 제게 다가온 인연이란 계절을 맞이하며, 그간 잊고 있었던 제 마음속 행복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습니다. 계절의 시간을 지나면 저도 수확할 날이 오겠지요. 삶의 계절, 나이와 상관없이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계절은 다르지 않을까 조용히 생각해봅니다.
최근에 한 여배우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연기도 잘하고 예쁜, 요즘 한창 뜨는 배우입니다. 1994년생이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겨우 서른 조금 넘었네요.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는 잘 죽는 게 목표예요”라고 답하는 걸 보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 전 저는 열아홉 살 남자아이가 같은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 마음이 쿵 내려앉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비록 아직 죽음에 대하여 말하긴 너무 이른 사람이지만,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잘 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요? 잘 죽는다는 건 잘 산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걸 과연 그들은 알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제가 아는 젊은 장례지도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아직 마흔도 안 되었지만, 워낙 어린 나이에 시작했던 일이어서 오래된 경력과 함께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그입니다.
그는 ‘죽고 나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보기에는 생전에 한 일은 죽고 난 뒤에 ‘업보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것 같더랍니다. 그래서 수많은 장례를 치르면서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잘 사는 것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열 개의 답변이 나올 테니까요. 대신 그는 본인이 찾은 귀한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처지에 따라 변할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가을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지요. 사는 것도 같은 이치인 것 같습니다. 선을 뿌리면 선으로, 악을 심으면 악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비록 선한 마음이었지만, 악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아주 드문 경우니까요.
심은 만큼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는 어떤 씨앗들을 품고 있나요? 오늘 감사로, 칭찬과 친절로 뿌려보면 어떨까요?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