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주의 행복한 이별

장례희망


어느새 하늘은 높아지고 단풍을 기다리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가 되면 더 많은 부고 소식이 전해집니다. 대부분은 가벼운 감기 몸살 정도로 지나가는데 미처 그 변화의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장례식장에 가 보면 준비된 이별도 보이고, 준비되지 않은 이별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다녀온 장례식장에는 40대 초반인 고인의 아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울먹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버지... 아픈 데도 없었는데... 약도 고혈압 약밖에... 그런데 깨워도...” 자꾸 끊어지는 말 속에서 갑작스러운 이별의 충격과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고인의 아내나 다른 자녀는 슬픈 기색만 있을 뿐이었는데 그분만 유독 울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각별했을 거라는 추측만 할 따름입니다.

 

혹시 악동뮤지션이라고 남매로 구성된 듀엣 그룹을 아시나요? 보통 ‘악뮤’라고 줄여서 부르고 있습니다. 멤버 가운데 오빠인 이찬혁 군이 만들고 부른 노래 가운데 ‘장례희망’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화자는 고인이 된 자신입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크지만 재치있고 경쾌한 곡입니다. 처음 이 노래를 알게 되었을 때 신선했습니다. 이 음악이 만들어진 계기는 알 수 없지만 어린 가수가 죽음 이후를 생각하고 작사와 작곡을 했다는 게 조금 놀랍기도 했습니다.

아는 얼굴 다 모였네 여기에

한 공간에 다 있는게 신기해

(중략) 종종 상상했던 내 장례식엔

축하와 환호성 또 박수갈채가 있는

파티가 됐으면 했네

 

당신의 ‘장례희망’은 무엇인가요? 올드팝을 좋아했던 제 친구는 10대 때 즐겨들었던 락을 크게 틀어달라고 하더군요. 친구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핑크 플로이드‘, ‘블랙 사바스’, ‘퀸’ 등을 들으며 보냈습니다. 장례식장에 그 곡이 울려 퍼지면 재미있을 거 같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후배의 80대 어머니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서랍장 제일 아래 칸은 막내딸에게 정리해 달라고 했습니다. 후배 말에 의하면 거기에는 어머니가 사용하는 속옷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아들이나 사위의 눈에 띄면 부끄럽다며 그런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장례식장에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게 있습니다.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던 삶과의 이별이 이미 주변에서 서성대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고인의 삶을 되짚어 보고, 그분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가진 의미를 생각합니다. 문득 제 곁에 선물처럼 머물다 간 사람들이 떠 오릅니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기억될 수 있는 진정한 삶, 의미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나요? 오늘 그 생각을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요.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