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주의 행복한 이별

당신만의 애도방법은 무엇인가요?


해돋이를 보러 강릉 바닷가에 왔습니다. 모래사장 위에 놓인 데크에 앉아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립니다. 붉은 기운이 번지는 수평선에는 두툼한 구름 띠가 펼쳐져 있네요.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해가 아니라 구름 위로 돋는 해를 보게 될 거 같습니다. 어두운 바닷물은 하나의 몸처럼 덩어리져 넘실거리고, 쉼 없이 파도는 밀려오고 있습니다. 저와 마주하고 있는 바다 자체가 마치 거대한 생물처럼 느껴집니다. 아침 해는 어느덧 구름의 가장자리를 따라 빛으로 선을 그리며 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일출을 기대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질 약속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보다 더 확실한 믿음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에게 태양은 신이 되었나 봅니다. 절대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니까요.

궂은 날씨, 비록 해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 늘 거기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구름 위로 점점 빛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제 눈이 시려서 해를 마주할 수 없습니다.

내 몸에 와 닿는 붉은 기운과 열기에 가만히 집중해봅니다.

 

고개를 숙이고 바다 위에서 일렁거리는 해그림자만 눈으로 쫓습니다. 그것조차도 눈이 부시네요. 바다 위에서 굼실거리며 만들어지는 이랑마다 해가 징검다리처럼 놓입니다. 빛으로 만들어진 그 다리를 밟고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제게 찾아올 거 같습니다. 아직은 그립고, 불현듯 생각나고, 길을 걷다가도 눈물 흘리는 제가 감정의 과잉은 아닌지 면구스럽기도 합니다.

 

그런 저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주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슬픔은 끝나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이 변할 뿐이에요... 처음에는 거대한 돌덩이처럼 느껴지던 슬픔도 차츰 점점 작아져요. 결국에는 아름다운 보석 내지는 반짝이는 무언가로, 즉 내면의 유대감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변화하지요. 그러면 그 아름다운 슬픔을 없애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죽음의 책/다산어린이)

 

저의 애도 방식은 누군가와 나누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비어있는 고향 집이나 인적없는 새벽 바다나 한적한 등산로에 앉아서 아버지를 불러보고 투정을 부려봅니다. 아직 애도의 방법을 잘 모르고 서투르지만 그렇게 아버지를 기억하고 슬픔을 덜어내려고 합니다. 다른 분들의 애도는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그리움을 삭이는지 궁금합니다.

 

온몸에 차가운 바닷바람이 와서 부딪힙니다. 아직은 마음에서 보내지 못한 그리움에 맺힌 ‘아버지’라는 세 글자는 바닷바람이 되어 제 몸의 온도마저 낮추는 듯합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이 그토록 믿었던 해를 향한 마음처럼, 오늘 바닷가에서 만나는 태양은 저에게 환한 빛과 따스한 온기로 몸을 감싸줄 것만 같습니다.

 

조용히 용기를 내어 읊조려 봅니다.

 

“아빠! 해돋이 보고 있어? 바다가 너무 예쁘다”

 

제가 하는 이 마음도 애도의 과정일까요? 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 오늘이라는 일상을 살아내자고 다짐합니다.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