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영의 마음공감

삶의 기준을 낮추는 용기


우리는 이상하게도, 스스로에게만큼은 늘 높은 기준을 들이댄다.

남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에게는 항상 더 잘해야 한다고 하고, 더 열심히 라라고 하고, 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을 놓지 못한다. 마치 조금만 느슨해져도 금방 무너져버릴 듯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정말 문제는 기준이 높은 게 아니라, 그 기준을 매일 지켜야 한다고 믿는 나의 태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기준이 잘못된 건 아니다.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날을 용납하지 않는 마음이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삶이란 결국 ‘지속’이 만들어내는 힘인데, 우리는 그 지속보다 완벽함을 먼저 챙기려 한다.

그래서 조금만 흐트러져도, 잠깐 멈춰도,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실망한다.

그러다 지쳐버리면,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데도 말이다.

말 그대로,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삶의 지속을 방해하는 역설적인 순간이 오는 것이다.

 

기준을 낮춘다는 것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준을 조절하는 일은, 내가 삶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마음의 숨구멍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 아니라, 오늘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삶을 살아내겠다는 결심이다.

그 결심은 나약해서가 아니라, 오래 살기 위해 필요한 지혜에 가깝다.

 

우리 마음은 생각보다 자주 흔들리고, 의지는 종종 흐릿해지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무기력해 지기도 한다.

그럴 때 기준을 낮춘다는 건 자신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완벽을 바라보기보다, 삶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기준을 재조정하는 일.

그게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기준을 낮추는 용기란,

한때의 의욕보다 오히려 더 오래 가는 힘을 선택하는 일이다.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하루라도, 내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내 걸음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이건 게으름도 아니고, 타협도 아니다.

도리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택하는 성숙한 방식’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조금만 더 잘해. 이 정도로는 부족해.”

그 말은 겉으로는 성장의 언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의 가능성을 소진시키는 명령일 때가 많다.

때때로 필요한 건 그와 반대의 말이다.

“지금도 충분해. 오늘은 이만큼이면 괜찮아.”

 

삶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완벽이 아니라, 이어가는 힘이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기준을 낮추는 것.

그렇게 작게라도 이어진 하루가 쌓일 때, 우리는 더 크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준을 낮추는 용기는 결국 ‘지속의 힘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 꾸준함이 나를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만든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