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좌충우돌 인생 3막

글 스승님들이 이어 준 작가의 길


2016년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몽글몽글한 구름이 달콤한 솜사탕처럼 푸른 하늘 높이 떠 있는 싱그러운 오후였죠. 나는 그해 시민문화사업 ‘나도 글을 쓸 수 있다’의 기획과 총괄 진행을 맡게 되어 수강생 모집 전단지를 만들었습니다. 주말에는 자원봉사활동을 신청한 학생들과 함께 주변 아파트와 버스 정류장에 전단지를 붙이며 홍보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도교수님과 수업 장소 섭외도 해야 했지요. 다행히도 마을 행정복지 센터에서 이 사업을 문화강좌로 도와주셔서 홍보와 장소가 해결되었습니다. 지도 교수님은 고려대학교 사회복지과 시 창작 담당 김순진 교수님께서 오셨고, 수강생들은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 25명이 등록했습니다.

 

수업은 평일 저녁 두 시간씩 주 2회, 두 달간 진행되었고, 나는 수강생들의 글솜씨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걸 지켜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한 사람당 시 5편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주셨습니다. 계간지 ‘스토리 문학’에서 신인 작가 공모전을 접수하고 있으니 도전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나에게도 시를 제출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자신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교수님께서는 수업을 계속 들었으니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도전한 시 5편 중에서 3편이 신인 문학상에 당선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신인상 발표 후 계간지 5권이 집으로 배송되었고, 책 속에 있는 내시를 들여다보니 꿈만 같았습니다.

 

시민 수강생 중에서 두 분도 함께 상을 받았습니다.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한 분이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와 같은 연세인 70세 넘으신 어르신이었는데 평생 청소 일을 하시면서, 틈틈이 노트에 연필로 꾹꾹 눌러 쓰신 노트를 가져오셔서 대신 타자를 쳐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낡고 오래된 다섯 권의 노트에는 어르신의 인생이 담긴 시와 수필이 빼곡하게 담겨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좋은 글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글을 컴퓨터로 옮기면서 어르신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감동과 존경심에 가슴 한구석이 뜨거웠던 기억도 납니다.

 

교수님은 그 어르신과 함께 후속 작업으로 시집 내는 것까지 도우셨습니다. 몇 달 후, 어르신의 첫 시집 출판 기념회 날이 왔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며 작가의 꿈은 가슴속으로만 간직해 왔다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지요.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도 어머님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늠름하고 잘생긴 20대 청년인 아들은 교수님의 손을 잡고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 저를 위해 일만 하셨던 어머님께 이렇게 멋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축하를 위해 자그마한 갈비집에 참석했던 분들 모두가 숙연해지며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로 간간이 들려오는 어르신의 문학 활동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뿌듯해지곤 했습니다. 나에게도 그간의 문화 활동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 후 졸업생들은 ‘풀잎문학회’라는 시민 문학동아리에서 글을 쓰는 활동을 이어 갔고, 나는 본업으로 돌아가 연극 활동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공연을 보러 와주신 졸업생들을 보며 나도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시작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방법을 잘 모르니 막막하기만 했지요. 그러다가 문학동아리 회원이었던 한 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안산여성문학회’의 ‘시민문학교실’에서 좋은 수업이 있으니 들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바로 등록해서 시 창작 수업과 인문학 강좌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동인지에 나의 글도 싣게 되었습니다. 그 후, 나는 글 스승님을 찾고 싶어 인터넷으로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는 선생님들과의 수업을 몇 번 경험 해 보았지만, 모두 짧은 인연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작가의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라며 무심한 몇 해가 흘렀고, 우연히 지인들의 대화 속에서 행복학교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글 스승님이신 최경규 교수님과 인연이 시작되었고, 체계적인 수업을 통해 경제 신문 칼럼니스트가 되었습니다. 이젠 그동안의 글을 모아 책을 내려 준비합니다. 아직은 투박하고 서투르긴 해도, 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하니 그저 감개무량합니다.

 

표현이 서툴러 내 이야기를 누구에게 잘 털어놓지 못하는 성격이라 마음속에는 오래 묵은 이야기들이 가득 차, 늘 터져버릴 것처럼 조마조마하고 답답했지만, 글을 쓰며 마음이 점차 안정되는 걸 느낍니다. 더불어 글을 쓰는 재미와 일상의 작은 행복들도 찾아가고 있는 오늘입니다. 내게 글을 쓸 용기와 힘을 주시고 글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 갈 수 있게 도와주신 고려대학교 김교수님, 또, 여성문학회 이선생님, 신대표님, 행복학교 최경규 교장 선생님께 이 글을 통해 늘 감사한 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오늘의 저를 만들어 주신 많은 글 스승님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보니,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주요활동]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