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 편안한 관계
가을비 내리는 오늘,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잠시 잠들었습니다. 꿈속에서 보고 싶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살아생전에 모습 그대로, 정정하시고 당찬 모습의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다, 무의식중에 ‘할머니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습니다. 비록 꿈속에서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잠에서 깬 후, 아쉬움과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한참 동안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문득 상상해봅니다. 지금 살아계셨다면 할머니는 어떠한 모습이실까? 부모님은 또 어떠하실까?
노인복지관이나 길을 걷다가 부모님을 닮은 어르신을 보면, ‘우리 부모님께서 살아계신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던 부모님을 지금 만나게 된다면, 나를 기억하고 알아보실 수 있으실까요? 마음속 깊이 늘 부모님을 향한 그리운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 돌아가신 부모님, 할머니와의 소중했던 추억에 젖어 그분들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나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떠나보내야 할 때를 아는 것도 사랑이다."
에크하르트 톨레 (철학자)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편지를 기억합니다. ‘보이는 힘과 보이지 않는 힘이 모여 엄마를 꼭 낫게 할 것이다.’ 그전까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였던 제 마음속에도 작은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살아본 사람, 절실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하늘에 비는 간절함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가치와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이지 않는 힘을 믿고 싶었습니다. 간절함과 노력, 기적과 행운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길을 가다 멀리서 아빠인 줄 알고 달려갔지만 다른 사람이었을 때, 너무 아쉬워했던 그 마음이 성인이 된 지금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딸에게 질문해봅니다. “은서는 사랑받는 사람이야, 사랑 안 받는 사람이야?” 아이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사랑받는 사람이요.”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다정다감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할머니와 부모님께서 베풀어 주신 한결같은 사랑과 따스한 정이 저에게 그대로 이어져,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이별이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사랑을 받아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할머니와 부모님께서 저를 사랑해주셨던 그 따뜻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가겠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살피고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주 보며 웃고 있는 그 사람에게도 기분 좋은 미소를 보내봅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