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의 마음길

-공감- 감정을 존중하는 것


마음에 짐을 지우는 이와 덜어주는 이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짐을 덜어주는 사람을 향해 마음을 기울게 될 듯합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야말로, 어쩌면 서로의 마음에 진심 어린 공감이 머무는 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음 공감 잘하고 계시나요? 딸이 6학년 졸업반이 되니, 친구들이 이사를 많이 한다며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자고 하고, 중학교 1지망, 2지망에 대해서도 친한 친구들이 가는 학교에 함께 가고 싶어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제 마음에서 여러 감정이 요동쳤습니다.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데, 징징대는 그 목소리가 제가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는 요구로 들릴 때,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제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을 요구할 때 마음에서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나눠야 하는 부분인데 왜 화가 올라왔을까요?

솔직히 화를 낼 이유가 없었기에, 그 화를 꾹 참으며 버티고 있는 저를 보며, 그 마음에 잠시 머물러 봅니다.

 

나의 마음이 말합니다.

‘알아서 좀 하면 안 되니. 지금 현실을 정확하게 봐. 우리 형편에 지금 그런 말이 나오니,

이제 중학교 가면 어느 고등학교 갈 건지도 생각하고 지원해야지, IB 학교나 거리가 멀면 고려해봐야지. 엄마는 못 태워줘. 엄마를 힘들게 하지 마’라며 마음속에는 아이를 향한 공격적인 언어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알렉스 리커먼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면서 마음은 다시 다른 파동을 일으킵니다.

마음을 바라보는 동안, 또 다른 마음은 이렇게 저에게 말을 합니다.

 

‘진정해. 아이가 모르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왜 이런 일로 화내는 거지. 혹시 네가 어릴 적 그때, 어른들이 화낸 장면이 연상되는 거니? 그건 분명하게 네가 잘못된 거야. 정신 차려’

 

그러고 보니, 옛 시절 어른들과의 대화는 다정다감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보다 시험성적, 성과, 태도가 좋지 않았을 때의 훈계들이었고, 그 나무람은 자신들의 감정까지 끌고 들어와 저의 자존감마저 하락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마음이 불안했을 때, 졸업반 선생님이 보고 싶어 “선생님 덕분에 힘든 일을 잘 이겨냈어요. 감사합니다.”라며 지나가는 길, 보이는 공중전화로 통화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요. 혼이 많이 났던 선생님의 고마운 기억은 그때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저를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속 깊이 평생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따뜻한 마음의 감정’이라는 것을요.

 

어린 저의 마음이 혹여나 다칠까 봐 조용한 목소리로 조언과 격려를 해주시고, 어떤 날은 집으로 전화까지 주시며 따뜻한 마음을 남겨주신 그들의 배려심이 저를 더 오래 버티게 해주셨습니다.

 

거친 바람, 쏟아지는 폭우, 폭설 이후 엉망이 되어버린 거리를 보며, 우리는 거칠게 불만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재해 피해를 막기 위해 대비하고 조심하고 큰 피해가 있으면 서로 힘을 모아 다시 복구에 나섭니다.

 

우리들의 마음도 그러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나미처럼 지나가는 아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시 올 시련에 대비하고 조심하며 따뜻한 손을 잡기도 하고 배려한다면, 상처가 난 그 자리에도 새로운 잎이 피어나지 않을까요?

 

저도 마음 한구석에 상처로 덧나있던 그 자리에 예쁜 꽃씨를 심어 마음의 꽃밭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