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머물러 있는 마음
거울 속에 보이는 중년의 모습, 그렇지만 그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투명하고 순수한 어린 나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불규칙한 습관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에 눈을 감고 마음 깊숙한 곳, 고요한 안전지대를 찾아 떠오르는 감정에 머물러 봅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혼자 웅크리고 앉아있고, 주변은 뜨거운 온기로 불이 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마음이 말합니다. ‘혼자서는 그곳을 빠져나올 수 없나요?’ ‘네,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게 저를 도와주세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화재가 발생한 곳의 사람들만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자신을 일으켜 세워 그곳을 빠져나오기를 바랍니다.’
‘무서워요’ ‘움직일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어릴 적 내가 느낀 감정들은 그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유 없이 불안, 답답하면서 무기력해지는 날이 있지요.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회오리처럼 나를 찾아오는 감정들
"우리의 감정은 우리의 기억의 색깔을 결정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조셉 루프트-
수업을 마친 종례 시간,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담임선생님께서 봉투 한 뭉치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유미 나와봐” 봉투 사이로 보이는 모의고사 성적표
순간, 교실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정적이 흘렀고, 친구들의 시선은 나에게 집중되었습니다. “고입 시험이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네. 정신 안 차리니?”
그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갑자기 세상이 정지된 것처럼, 선생님의 말씀이 전혀 귀에 들리지 않았고,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자리로 돌아가는 길도 너무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 시절, 여상에 진학 후, 은행에 취업해서 빨리 독립하는 선배들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여상에 입학 후 은행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배움에도 ‘때’가 있다며 대학 진학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고입 시험을 치르라는 아버지의 권유와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떨어지는 성적으로 혼내는 선생님
따뜻한 마음을 공감받고 싶었던 나는, 놓인 현실 앞에서 점점 더 방향을 잃고 무기력해져 갔던 것 같습니다.
편안하게 눈을 감고, 지금의 내가, 16살 나를 만나봅니다.
‘나는 47살 서유미라고 해. 너는 16살 서유미구나! 도움이 필요해 보이네. 내가 도와줄게.
무슨 도움이 필요하니?’ ‘너무 무섭고 불안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제 곁에서 저를 지켜주세요’ ‘무서웠겠다. 내가 너를 지켜줄게. 이곳은 안전할 거야! 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니?’ ‘다들 자기 삶을 사느라 바쁘게 보였고 주위에서 쉽게 따뜻한 마음을 찾기란 힘들었어요.’
‘그랬구나! 따뜻한 마음을 찾고 있었구나! 내가 너를 안아줄게.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16살이라 진짜 무섭고 외로운 감정이 무엇인지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나는 불편하다는 감정이 느껴졌어요.’ ‘그랬구나! 마음고생이 많았겠다. 그 순간 너에겐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거야! 씩씩하게 잘살아낸 덕분에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 고마워’
어른이 된 지금도, 저는 안전한 곳을 찾습니다. 이 공간은 안전한가? 그리고 눈을 감고 지금의 내 몸과 마음은 어떠한지 알아차립니다. 그 상태에 머물러 호흡에 집중해 보니,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듯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하루가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의미가 있기를, 내면에 사는 어린 당신도 지금의 당신과 함께 따뜻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