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영의 마음공감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 달라진 아이들, 달라진 시대


나는 어릴 때 참 착한 아이였다. 돌이켜 보면, 부모님 속을 썩인 기억이 별로 없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쉽게 말하지 않았으며, 주어진 환경 속에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면 나도 덩달아 조용해졌고,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애썼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면, 내가 어릴 때와는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일에도 쉽게 속상해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며, 부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다를까?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부모가 예전보다 더 아이들에게 관대해져서 그런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어릴 때 부모님께 순종적인 아이였던 것은 내가 특별히 착해서가 아니라,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때는 모든 것이 귀했다. 부모님의 희생이 눈에 보일 만큼 선명했고, 원하는 것이 있어도 쉽게 가질 수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부모의 고생을 이해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웠다. 작은 선물 하나에도 크게 감동하고, 친구가 뭔가를 가졌을 때 무작정 부러워하기보다 “나도 언젠가 노력하면 가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다르다. 대부분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고, 부모가 부족함 없이 채워주려 애쓴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쉽게 가질 수 있고, 선택의 폭이 넓다. 자연스럽게 부모의 희생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 참는 경험이 많지 않다. 그리고 또 하나, 감정 표현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속상한 일이 있어도 부모에게 쉽게 말하지 않고 혼자 삭이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 아이들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답답하면 바로 불만을 말하고, 속상하면 울고, 억울한 것은 참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변화를 볼 때면 나는 문득 고민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나약해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너무 ‘예전의 방식’만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은 이런 변화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가 변하면 아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어릴 때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으려 애썼다면,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감정을 더 직접적으로 나누고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며 자란다.

 

어쩌면 우리 세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고, 너무 쉽게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조용해졌고,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 못하고 참아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부담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그들의 세상에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나쁜 행동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시대가 변했으니 ‘예전처럼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환경 속에서도 아이가 소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풍족함 속에서도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쉽게 얻는 대신,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고, 부모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이해하며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것.

 

나는 어릴 때 참 착한 아이였다.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착한 아이가 된다는 것은 결국 부모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이는 예전의 나처럼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성숙한 것도, 덜 따뜻한 아이도 아니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배우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세대가 부모님께 받았던 것 중에서 정말 소중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곰곰이 떠올려 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그 가치를, 우리는 어떻게 아이에게 전할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