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감정은 사실이 아니다
비 내리는 오전, 카페라테를 마시며 창문 너머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빗소리와 잔잔한 음악에 취해 눈을 감아봅니다.
눈을 감으니 온몸으로 지난날의 후회들이 밀려옵니다.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었던 결과와 선택에 따라 다른 운명이 펼쳐질 수 있기에 말이지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진짜 운명이 정해져 있을까? 같은 결과였을까? 끊임없는 생각의 굴레로 빠집니다.
그럴 때, 나를 괴롭히는 생각과 감정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 느끼는 건 느낌일 뿐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딸이 어릴 적 주사 맞을 때, 크게 울며 몸부림쳐서 나는 안절부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단호하게 “어머니 똑바로 잡으세요”라며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깨달은 것은 위험 상황이 있을 때는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 때면 마음은 늘 요동쳤고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딸은 중학교 입학 후 유치원에 함께 다녔던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여전히 똑똑하고 영재반이라 합니다. 그렇게 반장 역할을 잘하는 애는 처음 본다면서 키도 크고 아직도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딸의 말에 그 친구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꼼꼼하게 어릴 적부터 아이의 자존감과 행복을 위해 애쓰던 그녀. 매일 책을 읽히고 줄넘기와 바이올린을 연습하더니, 그 루틴을 지금도 꾸준히 해오고 있었습니다. 유치원 시절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마음에, 그녀 곁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했었습니다. 그리고 딸이 하기 싫다고 하거나 내가 힘들 때면 열심히 했던 일을 멈추었던 지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키 성장, 힘들고 바쁘다는 이유로 잘 챙기지 못했던 지난 1년, 그사이 딸의 최종 키가 작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울고불고하며 힘들어했던 딸은 오늘도 친구들이 키가 커서 까치발을 했다며 속상해합니다. 예쁜 옷 입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아이, 키 높이 신발을 신고 불편함을 자신감으로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울면서 말합니다. “엄마, 키가 안 커, 나도 키 크고 싶어”
마음은 상처를 기억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한다.
-마야 안젤루- 미국 작가
인간의 뇌는 위험을 피하려고 부정적인 기억을 더 중요하게 저장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억은‘그때 그랬었지’라면 감정 기억은‘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게 재현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더 아름다운 생각을 키워야 합니다.
뇌과학자가 말하는 행복한 사람의 3가지 특성의 기본적인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 어제의 나보다 더 낫은 오늘, 내일 조금 더 성장하는 유능감, 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는 사람과의 연결감입니다.
중학교 입학 후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딸에게 카톡으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자율성과 유능감을 키우고 있는 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봐 주고 사랑해 주는 엄마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 사는 인생 실수하기 마련이지요. 쏟아진 커피에도 울먹이지 말고, 얼룩진 자리에 나만의 꽃을 그려본다면 또 다른 행복이 열릴 것이라 기대합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