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의 마음길

중년의 무게


일요일 저녁 우리 집 풍경은 정겹습니다. TV도 보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식사를 마치고 남편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합니다. “아 회사 가기 싫다.” 그러면 아이도 장난스럽게 받아칩니다. “아, 학교 가기 싫다”서로를 보며 웃다가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다음 날 새벽부터 주인을 찾는 알람 소리,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5분 간격으로 계속 울려댑니다. 그리고 5시가 되면 출근길에 나서는 신랑의 뒷모습을 마주합니다. 남편으로, 아버지로 가장의 이름을 달고 집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듯합니다.

 

휴지통을 정리하다 빈 소주병을 보며 잠깐 멈췄습니다. 술 한잔하며 남편과 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내 월급은 고정되어 있는데 지출이 너무 많아! 카드값, 현금결제로 얼마나 인출되고 있는지 확인해봤어? 지출을 줄여야 해. 월급보다 지출이 더 많아. 내가 적은 나이도 아니고 앞으로 회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남편, 몸과 마음이 지쳐 보일 때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마음으로는 도움을 주고 싶은데 전업주부에서 다시 사회인으로 활약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생각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붙들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온몸이 아파져 옵니다. 지금부터 시작인데 카드값이 발목을 잡고, 불확실한 미래가 가슴을 조여오고, 나이, 경력, 자신감도 어느 것 하나 넉넉하지 않다는 생각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만의 이야기일까요. 중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무게를 느낍니다. 삶의 짐이 버거워 잠시 내려놓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남편의 지쳐 보이는 얼굴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런데도 가족들을 위해서 다시 힘을 내며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안쓰럽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기쁨을 의도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 따뜻한 커피 한 잔, 오늘 하늘빛이 예쁘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 이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쌓일수록 우리는 같은 무게도 조금 더 잘 견딜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촉감을 느껴봅니다. 이 바람처럼 우리의 고민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겠지요. 그리고 남편이 걸어가는 회사 가는 길, 아이가 걸어가는 학교 길에도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