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주의 행복한 이별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요즘 자꾸 다리에 힘이 없어….”

“걷는 게 힘드세요?”

“산에 못 가 ...”

“정형외과 진료 보실래요?”

“가서 검사했는데...이상 없대...”

“신경외과 가 보시겠어요?”

“OOO 의사 진료 봤잖아. 괜찮대...”

“혈관 외과 예약해 드릴까요?”

“거기도 괜찮다고만 해...”

 

혈액 투석을 마친 할아버지는 당장 집에 가실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간호사실 앞에서 담당 간호사를 붙들고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계시니까요. 할아버지 귀가 어두운 탓에 서로 큰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눈치를 주자, 담당 간호사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는 당뇨로 인한 ‘말기 신장질환’으로 1주일에 3번, 4시간씩 혈액 투석을 받는 분입니다. 몇 달 전부터 계속 비슷한 불편함을 하소연하셨고 다양한 과에서 진료를 봤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약까지 처방 받았지만 증상이 쉽게 나아지지 않아 조바심이 난 듯합니다. 질병이 아니라 노화로 인해 그럴 수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그 말은 듣지 못하셨나 봅니다. 하지만 요즘 할아버지의 행동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는 마음이 들어요. 어쩌면 못 들은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기 싫어서 인 듯합니다. 아직 건강하다는 마음이 노화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이 과 저 과,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병원 쇼핑’을 다닙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린 ‘병원 쇼핑’의 의미는, 쇼핑 하듯 여러 곳의 병원을 옮겨 다니는 행동을 말합니다. 비슷한 단어로 ‘doctor shopping’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제 겨우 수요일인데 이번 주에만 2번의 투석을 받고, 다른 진료를 벌써 3곳이나 보셨습니다.

 

비슷한 연세의 분들보다 스마트하셔서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분입니다. 하지만 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다른 영역인가 봅니다. 나이 들어 몸의 기능이 떨어진 거라면 회복이 어려울 테니 그걸 부정하고 싶은 걸 수도 있을 테고요. 어떻게든 질환명을 찾아내어 치료하고 싶은 마음인가 봅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노화를 늦추고 부정하고 싶은 그 마음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옛 시에도 있잖아요.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탄로가)

 

그런데 노화를 나쁘게만 여긴다면, 나이 드는 여정과 긴 노년이 잿빛으로만 보이지 않을까요? 노화를 쇠퇴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래 살 수 있어서 완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석하는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노화의 속도를 인정하고, 그 템포를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떤 일이든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오늘을 살아가는 의미, 행복도 잘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