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주의 행복한 이별

삶의 기습공격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공부하는 사람들로 조용한 스터디 카페에 갑자기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방향에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곧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겠지? 하는 생각으로 보고 있는데 미동도 없습니다. 관리자가 일으켜주려 다가가 말을 걸며 어깨에 손을 얹어봅니다. 그러나 아무 기척이 없고 몸은 축 처져있습니다. 목소리를 높이고 강하게 가슴을 두드려 보지만 어떤 반응도 없습니다. 곧 달려온 119를 타고 응급실로 향한 사람은 겨우 스물일곱 대학원생입니다.

 

이런저런 검사 후 나온 병명은 뇌경색이었습니다. 곧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치료를 시작하며 의식이 조금씩 돌아옵니다. 시간이 흐르자 약간은 어눌하고 흐릿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살려 주세요….”

그 말에 담긴 불안과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저릿해 옵니다.

 

며칠이 지나, 그는 조금씩 말이 또렷해지고 눈빛도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좌측 마비는 쉬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원망하듯 말합니다.

“그때 죽을 걸 그랬나 봐요….”

 

20대의 젊은이가 말하는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쩌면 삶을 초기화해, 오류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소망 아닐까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삶의 기습공격에, 죽을 만큼 힘들다는 마음의 외침 아닐까요?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엄마의 심정이 되어봅니다. 그저 마음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어요. 부모 속 썩이는 일 없이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고, 어려운 학과에 턱 하니 붙었거든요. 할 수만 있다면 대신 아프고 싶습니다. 줄 수 있으면 건강한 삶을 뚝 잘라 모두 아들에게 이어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지금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들 곁을 지키며 좋아질 거라 손잡아주는 일 외엔 딱히 없습니다. 엄마의 삶도 아들로 인해 크게 요동치지만, 자신을 살피고 돌볼 겨를은 없습니다. 아들이 먼저인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다가온 갑작스러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의 근력에 힘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재활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해야 할 테니까요.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경주가 될 테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는 말이 있듯, 살면서 누구에게나 비는 내리는 법이지요. 가혹하게 조금 일찍 그 학생에게 내린 비에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옆을 지키는 엄마의 말 없는 사랑과 헌신이 아들에게 전달되어 더 빨리 회복되길 바라고 그들이 지난한 시간을 잘 이겨내길 조용히 기원합니다.

 

저는 가끔 그에게 다가가 봅니다. 비록 깊은 우울감으로 대답을 회피하지만, 저의 진심만은 따스한 공기처럼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그에게 오늘의 시련이 내일의 행복을 위한 디딤돌로 놓이기 바라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가 원하는 멋진 공학자가 되어, 자신의 회복 스토리를 글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제일 먼저 서점으로 달려가 그의 오늘을 기억해 보려 합니다.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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