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의 마음길

공감 -어른이 되어 알게 된 무게-


길을 걸을 때 떨어진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낙엽 소리가 분주하고 서글프게만 느껴집니다. 내 마음이 무거워서일까요?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무게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가족을 챙기며 먹고 살 경제력을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인지,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도 얼마나 벅찬 일인지를요.

 

어렸을 때는 그저 당연한 일상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하루하루 지켜내야 할 소중한 것들이 되었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잠드는 밤, 가족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식탁, 사랑하는 이들의 평온한 일상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왜 그토록 일찍 일어나셨는지, 당신의 것은 늘 미루시면서 삼 형제를 먼저 챙기셨는지,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밤들, 홀로 감당하셨을 걱정과 두려움들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상상해봅니다. 지금 곁에 부모님, 할머니께서 살아 계셨다면 어떠한 마음으로 나는 살고 있을까? 아무 말 없이 그냥 있어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거친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70대 어느 한 어르신이 말씀하십니다.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퇴직했어요. 손자 손녀에게는 좋은 할머니로 자유롭게 여유를 즐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80대 어르신은 내 나이 80세 때 고아가 되었다며 울먹이십니다.

 

살아 계실 때 서로에게 헌신한 사람과 함께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싶은 미련이 있는 분들의 마음은 다를 것 같습니다.

 

오늘처럼 찬 바람 불 때면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뒹굴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시어머니, 서운했던 어머니일 수 있지만 저에겐 그저 주글주글 주름 가득한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에게 묻고 싶습니다.

"인생은 무엇입니까?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80대를 살아가실 때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할머니,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후 90대를 살아가실 땐 “지엽다.”라고 하셨지요. 그 포근한 미소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어찌 이겨내셨습니까?

 

 

“삶의 가장 큰 영광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데 있다.”

– 넬슨 만델라-

 

어릴 적 어른들이 보여준 태연한 모습은 성인이 되고 보니,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태연하게 지낸다는 것은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한 나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고, 큰일에는 끙끙 앓아눕게 됩니다. 그렇지만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강인한 태도는 나를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가게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소중한 이들을 지킬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노인이 되어가는 자식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뗄 때의 그 설렘부터 함께 살아온 긴 세월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어두워진 저녁, 불빛 사이로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딸아이가 보입니다. 삶의 깊이가 느껴질수록 살아가는 재미와 행복도 커지지만, 그만큼의 견뎌내야 하는 일도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표현하며 지낼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