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서울로 가보실래요?
서울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KBS 라디오 방송 녹화를 위해 대구에서 서울을 방문하게 되신 스승님을 뵙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글쓰기를 지도해주시는 교수님에게는 저처럼 작가가 되고 싶은 제자들이 전국에 많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부터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한 줌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사람들도 일대일 매칭 수업이 편해졌기 때문이죠.
지난주 수업 시간에 스승님의 서울 방문을 알게 되었고, 저는 그동안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저녁밥을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스승님께서는 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고,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다른 제자 두 분도 마침 시간이 되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서울에서 네 사람의 약속이 정해졌습니다.
평일 저녁, 3시간의 번개모임, 어쩌면 짧은 시간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만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풍 전날처럼 모두가 설레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소중한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함께 할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몇 년 전, 국민학교 단짝이었던 친구들과 개나리가 활짝 피었던 봄날 만났던 일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이유로 매번 서울에서 모이고 있었고 그해 봄날은 ‘서울로7017’에서 모였습니다. 그때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 때문인지 다가올 만남의 장소는 이곳이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서울로7017’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서울로7017’은 1970년, 차를 위해 지어진 고가도로를 2017년, 사람을 위한 보행길로 바꾸는 도시사업을 통해 새로 태어난 공중 산책길입니다. 그만큼 서울의 역사와 함께한 길이라고 할 수 있지요. 45년 동안 서울의 동부와 서부를 잇는 고가도로의 역할을 해오다가, 2015년 안전 등급에서 최저등급을 받고 철거 위기에 놓였었지요. 하지만 시민들에게 녹지와 보행의 기쁨을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멋진 도심 속 작은 숲길이 되었고,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드디어 약속의 날,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저녁 식사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서로의 나이는 잘 모르지만, 글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사이가 이런 것인가 봅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각각의 마음의 빛깔’을 충분히 느끼며 마음의 식사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런 제자들을 바라보는 스승님의 눈에도 사랑이 흘러넘쳤습니다. 훈훈한 분위기로 식사를 마친 후에 모두 가까운 커피숍을 예상했겠지만, 저는 앞장서서 ‘서울로7017’이 시작되는 회현역의 횡단보도 쪽으로 안내했습니다.
우리는 도심 속의 숲에서 제각각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다양한 나무와 꽃들 사이를 걸으며 산책을 즐겼습니다. 빌딩 숲에서 당당하게 신선한 산소를 내뿜는 초록 잎들 덕분인지 6월의 저녁 바람은 시원하고 상쾌하게 살결을 어루만지고 지나갑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혼자보다는 함께 봐야 더 예쁜가 봅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재미있게 폼을 잡으면서, 서로의 웃는 얼굴을 한껏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저녁노을이 지고 아쉬움과 함께 우리의 헤어짐도 가까워졌습니다.
소풍을 마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인사를 나누면서, 평소보다 훨씬 밝고 환한 웃음으로 일상의 짐을 털어버리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가슴 가득 따듯함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인연’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주위에 오래 보아도 따뜻한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소중한 인연이 있음에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꼭 가고 싶은 곳, ‘서울로7017’은 서울역과 가까운 곳에서 만남이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오늘도 나만의 추억의 상자 속에 또 하나의 예쁜 추억을 담아 봅니다.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주요활동]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