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성탄절이 지난 거리엔 여전히 캐롤이 흐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설렘이었던 그 음악이 이젠 조금 쓸쓸하게 들린다.
겨울은 항상 그런 계절이다.
찬 공기와 반짝이는 불빛이 겹쳐질 때, 오히려 마음은 더 고요해지고, 더 멀어진다.
올해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애썼다.
회사의 구조조정 앞에서 매일 출근이 두려웠던 사람, 막연한 불안을 견디며 진로를 고민한 청년들, 그리고 아이의 수험표를 붙잡고 지금도 결과를 기다리는 부모들.
누구는 삶이 휘청이는 시간을 버텼고, 누구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하루를 넘겼다.
반짝이는 뉴스보다, 그저 조용히 하루를 견디고 있었던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특별한 이정표도, 눈에 띄는 성과도 없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한 해였다.
누군가에게 2025년은 ‘무언가를 이룬 해’일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2025년은 ‘무너지지 않고 버틴 해’일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까지 도착한 우리는, 그 자체로 충분히 잘한 거다.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에겐 아직 이 해의 마지막 며칠이 남아 있다.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보다, 조용히 한 해를 쓰다듬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잘하지 않아도, 잘 살아냈다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크게 이룬 게 없어도 괜찮다.
의미 있는 말 한마디, 따뜻하게 보낸 메시지 하나, 누군가에게 내준 자리 한 칸.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올해를 사람답게 살아냈다.
내년엔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덜 미워하고, 조금 더 내 편이 되어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무리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그것이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내년에도 다시 살아갈 것이다.
함께여서 괜찮은 날들이 조금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다정함이,
서로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되기를.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