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쁨은 무엇인가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섭니다. 아직 어둠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늘 한편에는, 자라지 않은 손톱을 자른 것처럼 얇은 초승달이 가만히 떠 있습니다. 달이 차오르는 모습을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저렇게 지고 있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올해도 다 가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말하는데 저에게도 올해는 유독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이 해에 있었던 많은 일이 희미한 사진처럼 때로는 선명한 영상처럼 흐르듯 지나갑니다. 아프고 슬펐던 기억도 있었지만, 감사하고 행복했던 추억이 더 많은 듯합니다.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자극에 물들어 있는 요즘 사람들, 저로서는 그 감정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휘발되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기쁨에 대해 알게 되고 경험했던 한 해이기도 했던 거 같아요.
특히 그 가운데 하나는, 부족함을 느끼고 가끔 힘에 부치지만 글쓰기의 기쁨을 배우고 있는 겁니다. 물론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기억되네요. 그래도 글을 쓰며 좋았던 것은, 제 마음의 감정정리가 유연해졌다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위안을 주기도 했고요. 간혹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 갈피를 잡을 수 없고 어느 때는 안개 낀 것처럼 혼돈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글 쓰는 시간을 통해 혼란이 실타래처럼 풀리고 가라앉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제 일상도 자연스레 정리되더라고요. 그리고 글 한 편을 완성해 나가며 나를 돌아볼 때는 제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소중함이 있습니다.
온전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시간이 힘겨울수록 다가올 기쁨의 크기나 부피도 더 커진다는 것을 말이죠. 정말 짧은 영상이나 게임으로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답니다.
이집트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해요. 사람이 죽으면,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저승의 신 오시리스가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한 가지는 "당신은 기쁘게 살았나요?"라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당신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나요?"라고 묻는답니다. 두 가지 질문 모두에 "예"라고 해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이 질문을 떠올리며 저도 잠시 생각을 멈추어 봅니다. 나는 과연 천국에 갈 수 있을지 말이죠? 글을 쓰는 매력적인 이유는 이처럼 스스로 질문할 공간을 마음에 만들어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과연 천국의 문을 열 수 있을는지요?
당신의 이야기가 자못 궁금해지는 연말입니다.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