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Intro)
누구에게나 인생이라는 무대는 주어지지만, 그 무대 위에서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이는 드뭅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아내로, 때로는 엄마라는 배역에 충실하느라 정작 자신의 대사를 잊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여기, 인생의 중반부에서 낯선 연극 무대를 만나 비로소 '진짜 나'를 발견한 배우이자 작가가 있습니다. 2025 대한민국 진심교육대상을 수상하며 예술을 통한 선한 영향력을 증명해 온 윤미라 작가입니다. 신간 『매일 매일 달콤했으면, 라떼처럼』 발간을 기념해 만난 그는, 삶의 쓰디쓴 고통마저 부드러운 성찰로 녹여내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17년 넘게 무대 위에서 숨 쉬며 길어 올린 그의 뜨거운 인생 철학을 인터뷰에 담았습니다. [편집자 주]

1. 책과 제목에 대한 질문
○ 『매일 매일 달콤했으면, 라떼처럼』이라는 제목이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이 제목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의 시간은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로 인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 감정들을 맛으로 비유한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이왕이면 우유를 듬뿍 넣은 라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저의 소망입니다.
○ 이 책은 저자의 인생 경험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집필 동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헤어짐과 이별의 경험이 유독 많았던 저는 행복했던 추억들을 잊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간절함이 컸습니다. 언젠가는 저의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 두었던 보물들을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 세상에 나온 저의 이야기는 연극 <버릴수 없는 그녀>와 <바람, 바람,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꺼내 보았습니다.

○ 책의 프롤로그에서 글쓰기가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글쓰기가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글쓰기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 사람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글쓰기는 방황하는 내게 친구가 되어주고 용기와 성찰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시작은 자신을 돌보고 정비하는 시간이었고 이어서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내 삶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2. 인생 이야기와 도전
○ 작가님은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연극배우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 또한 용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말이 없고 얌전한 아이였지만 나의 무대가 주어진다면 내 속에 있는 흥과 끼를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은 열정이 마음속에 가득한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만 꾸던 배우의 꿈을 도전해 볼 기회를 우연히 안산예술의 전당에서 시작된 <주부연극배우모집>을 통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책에서 ‘인생 2막’과 ‘인생 3막’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였나요?
저는 인생의 전환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연극배우로 처음 상을 받았던 날부터였습니다. <주부연극교실>의 동기들과 극단을 만들어 처음 참가한 <경기연극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작품상 대상과 개인상 최우수연기상 수상을 하면서 연극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 번의 인생의 전환점은 나의 글을 쓰면서부터입니다.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 될것 같습니다. 좀 더 자신을 아름답고 쓸모 있게 다듬어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두려움도 있었을 텐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는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매번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무너져 가는 내 모습을 감추거나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손을 내밀어 주고 위로해주며 용기를 주곤 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내 곁에는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니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고 싶은 따듯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3. 연극과 삶
○ 작가님은 “인생은 연극이 아니라 연극이 인생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인생은 연극이고 연극도 인생이지요. 하하하하하.
연극을 여러 해 동안 해오면서 여러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인데요. 연극은 순간의 상황을 보여주는 예술입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실제상황입니다. 배우들은 그 순간에 움직이고 숨을 쉬고, 말하고 느끼며 주어진 시간을 살아냅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지요. 하루라는 시간과 각자의 삶의 현장인 무대에서 움직이고 숨 쉬고, 말하고 느끼며 살아내고 있으니, 곧 인생은 연극이며, 연극도 인생입니다.

○ 17년 동안 연극 활동을 이어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첫 공연을 마치는 커튼콜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던 순간입니다. 그 사연을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들어있지 않은데요. 저와 파트너로 무대에 섰던 배우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주부연극교실>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았고 연기도 잘하는 커플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열 살 정도 어리고 키가 매우 크고 날씬하며 얼굴도 예쁜 새댁이었습니다. 저는 30대 후반의 키 작고 통통한 주부였지요. 그 친구는 연습 첫날부터 지각했는데, 지각이 계속되자 아무도 그 친구와 짝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누구에게도 먼저 다가가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남겨진 우리 둘이 짝이 되었던 것입니다.
공연 날이 정해지고 각자 정해진 짝들과 각자의 대본으로 연습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매번 지각하는 짝 때문에 감독님께 연기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공연 전날, 리허설 시간에도 여전히 그 친구는 늦었습니다. 연습 시간은 두 시간인데 40분이나 늦게 온 그 친구에게 저는 화조차 내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연습이 부족해서 불안한 마음을 그 친구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걱정스러운 말로 혼자 궁시렁궁시렁 거리는 것이 가장 크게 용기 낸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을 본 그 친구는 갑자기 흥분해서 내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큰소리로 나를 몰아세우고 탓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많은 욕을 먹고 그저 눈물을 흘러내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간신히 흥분한 그 친구를 데리고 나가 우리 둘을 떼어 놓았고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녀와 나는 모두의 연습을 방해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공연 전에 일찍 모여 연습하기로 하고 헤어졌지만, 그 친구는 나와 절대로 무대에 서지 않겠다며 화를 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나는 집에 와서도 내내 내일 무대에 설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습니다. 밤 열 한시, 나는 용기 내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가 미안했어.우리 내일 그동안 연습한 만큼만이라도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 서자.’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고마워요. 언니. 나 사실 언니랑 공연 안 하겠다고 말한 거 후회했는데, 먼저 연락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언니.’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처음으로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끌어안고 눈물 흘렸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이유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오늘은 공연만 생각하자. 파이팅!”
다행히도 공연은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고, 그녀와 내가 보여준 에피소드가 가장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나중에 그녀에게 들은 얘기인데 그날 그렇게 화났던 이유는 나의 말투가 자기를 괴롭히는 시어머니의 말투와 너무 똑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났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 우리는 그 이후 더욱 친한 단짝이 되었습니다.

○ 연극이 작가님의 삶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연극을 하면서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소리의 크기와 느낌, 말투와 표정, 몸의 자세로 표현되는 몸의 태도, 그리고 상황에서 나의 역할 찾기 등,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했던 나를, 빠르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고쳐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연극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4. 삶의 이야기와 메시지
○ 책에는 어린 시절 추억, 가족 이야기,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독자들이 가장 공감하길 바라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지나고 보면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더라고요. 여러 가지 이유로 가까이 있을 때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곤 하죠. 사랑받았던 기억은 늘 가슴에 남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잘 못 느껴도 어려움이 생기면 그 기억들이 떠올라 용기 낼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거든요.

○ ‘칭찬’과 ‘긍정의 힘’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작가님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무엇인가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이겠지요. 하하하. 저 역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입니다. ‘지금에 집중하는 태도’야 말로 진실로 살아 있음을 느끼고 내일의 희망을 준비하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칭찬과 긍정의 힘도 ‘지금, 이 순간’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이 아닐까요? 순간순간 잘 이용하면 매일매일 소소하게라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 ‘자기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책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작가님이 말하는 자기 돌봄이란 무엇인가요?
저의 ‘자기 돌봄’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는 일입니다. 그것은 곧 성찰과 계획이지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자기 돌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는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를 만나게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니다. 서로 반성하고 응원하며 격려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함께 내일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혼자 보다는 둘이 계획하는 것이 실행력이 좋아지거든요. 오늘의 나는 내일이면 어제의 나가 되고, 내일의 나는 내일 오늘의 내가 된답니다.

5.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길 바라십니까?
제가 오롯이 나의 하루를 살아가듯이 독자 여러분도 오롯이 자신의 하루를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살다 보면 나를 위해서만은 살 수 없을 때가 참 많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생각하니 속상하더라고요. 거기에는 여러 가지 사정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지 자신을 위한 이유는 꼭 하나라도 찾으시길 바랍니다.
○ 인생 후반이나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한다고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민한다는 것은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그럴 수 없는 상황이나 걱정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뜻인데요. 그럴 때 저는 10년 후의 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본답니다. 그리고 함께 도전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고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봅니다. 그래도 고민이 된다면 주변의 믿을만한 지인들과 의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매일 매일 달콤했으면, 라떼처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따뜻한 말에는 사랑이 싹트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엄마와 아기의 대화도 연인의 대화도 따스한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라떼처럼 달콤한 매일매일은 ‘사랑의 마음으로 싹을 피워 행복한 오늘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맺음말 (Outro)
인터뷰 내내 윤미라 작가가 강조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과 자신을 향한 '조용한 용기'였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글감으로 삼아 다독이고, 타인과의 갈등조차 포용의 계기로 승화시킨 그의 서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연극의 커튼콜이 내린 뒤에도 배우의 삶은 계속되듯, 윤 작가의 인생 3막 역시 이제 막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의 나는 오늘의 경험으로 만들어진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을 덮는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자신만의 무대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따뜻한 불씨가 지펴지길 바랍니다. 라떼 한 잔의 온기가 몸을 녹이듯, 그의 문장이 당신의 오늘을 조금 더 달콤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