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의 마음길

한걸음의 시작


글을 쓰기 전 마음이 복잡한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이유 없이 뒹굴며 휴식을 취합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는, 머릿속이 복잡한 날 술통에 빠져서 만취가 된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침묵의 상태로 어떠한 간섭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에게 “왜 힘든 일 있어?”라고 안부를 물어본다면 ‘그냥 생각 없이 뒹굴뒹굴할 때의 편안함의 행복한 순간이 좋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 속 뒹굴다가 졸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나를 찾는 이가 없다면 온종일을 그렇게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이 처음에는 고립된 것처럼 외롭고 불안했지만,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합니다.

 

고요한 집 흘러가는 시간 속 자유롭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나, 당당하고 멋지게 일해내고 있는 독립적인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말이지요. 돌아보면 지금의 뒹굴뒹굴함도 그 ‘한 걸음’의 일부일지 모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노자-

 

그러고 보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첫걸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 옆에서 받아쓰기를 공부했던 기억, 초등학교 시절 맞춤법을 틀려가며 쓴 일기장을 친구와 낄낄대며 읽었던 추억, 고등 시절 마음을 달래며 글을 써 내려갔던 백일장에서 상을 탄 일들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독후감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언니의 도움으로 숙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담임선생님께서 독후감을 읽고 나를 부르셨습니다. ‘숙제를 정직하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혼나겠구나!’ 생각하며 선생님에게 다가갔을 때 “유미야, 너는 커서 작가 돼라.”라고 말씀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순간 기분이 좋으면서도 제출한 숙제는 언니의 도움을 받았기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렇지만 2년 동안 담임선생님을 하시며 나를 지켜봐 주셨기에 그날부터‘작가’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5월 ‘마음아, 아직 힘드니’ 도서를 출간하게 된 일과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모습도 어릴 적의 한걸음의 기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인연으로 스승님을 만나 배우고 익히며 한 걸음, 두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 있지요. 그런 날도 스승님의 따뜻한 글을 읽으며 힐링을 받습니다. 그 글 속 한 구절은‘다시 행복할 시간’이라는 울림으로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어쩌면 글을 쓰기 위해서 ‘그냥 생각 없이 뒹굴뒹굴할 때의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 것은 아닐까요.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