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근절 가이드라인: 공공기관 윤리 경영의 핵심 지표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부패 비리만이 아니다. 조직 내부의 상하 관계나 외부 산하기관, 협력업체를 상대로 행해지는 ‘갑질’ 행위야말로 기관의 품격과 윤리 경영의 수준을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주범이다. 정부가 발간한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권고사항이 아니라, 이제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기관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가장 엄격한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다. 이제 갑질 근절의 패러다임은 선언적인 구호나 형식적인 선포식에서, 구성원의 의식을 바꾸고 시스템으로 통제하는 ‘실질적 내부통제’로 전면 전환되어야 한다.

 

리스크의 뿌리를 뽑기 위해 수사기관과 법원이 현장을 들여다보는 기준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권한 남용의 입증’ 여부다. 많은 행위자가 과거부터 해오던 관행적인 업무 지시라며 변명하지만,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사적 이익을 추구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는 명백한 징계 및 처벌 사유가 된다. 서류상으로 아무리 완벽한 윤리 헌장을 선포해 두었더라도, 실질적인 비인격적 대우나 부당한 요구를 걸러내지 못했다면 그 기관의 윤리 경영은 위선에 불과하다고 평가받는다. 경영책임자의 진정성은 화려한 행사 사진이 아니라, 갑질 행위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적용하는 엄격한 무관용 원칙에서 증명된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동력은 무엇이 갑질인지 명확히 인지시키는 ‘행위 기준의 구체화와 상하방 교육’에 있다. 대다수 기관이 연 1회 형식적인 의무 교육에 그치지만, 진짜 변화는 일상적인 행동 양식의 교정에서 나온다. 가이드라인에 기반하여 공공기관 특유의 업무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갑질 사례집을 발간하고, 이를 전 구성원에게 내재화해야 한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와 절차를 명확히 제시하고,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수평적 리더십 교육을 주기적으로 가동할 때 비로소 비대칭적 권력 구조에서 오는 갑질의 싹을 현장에서 선제적으로 잘라낼 수 있다.

 

여기에 완벽한 제도적 방어벽을 세우려면 철저한 피해자 보호와 ‘독립적인 고충 처리 채널의 완결성 확보’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갑질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는 직장을 잃거나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내부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감사실이나 인사팀에 신고하라는 안내장 한 장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 외부 전문 노무법인 등을 통한 익명 신고 채널을 도입하고, 조사 과정에서 비밀 유지와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완벽한 격리 조치가 실행되어야 한다. 조사 프로세스가 안전하다는 신뢰가 확립되어 있을 때 비로소 조직의 자정 능력이 작동하며, 이는 향후 발생할 대외적 유출 리스크를 사내에서 해결하는 가장 튼튼한 방패가 된다.

 

인사 혁신의 마침표를 찍는 가이드라인의 본질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조직 문화의 현장 이식’이다. 가이드라인 책자는 서류철 속의 가이드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 있어도 조직 내에 온정주의가 판을 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그 공공기관은 언제 국민적 공분을 살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현명한 경영자라면 이제 형식적인 선포식을 멈추고, 당장 전문가와 함께 우리 기관의 고충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약자의 건의 사항이 묵살되지 않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상호 존중하는 건강한 현장만이 기관의 품격을 높이는 유일한 비결이다.

 


 

 

김천수 대표 노무사 (제일인사노무법인)

○ 제2회 공인노무사 시험합격 (1989)

○ 연세대 법학과 졸업

○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 서울시립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박사)

○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문관 역임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역임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고위지도자과정(30기)

○ 국무총리 표창(2003)

○ 저서 「노사협상 전략과 쟁점」 외 다수

○ 다수 공,사기업 및 노동조합 노무 고문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