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터널이 길어질수록 경영자들의 고충은 깊어진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조직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저성과자 (低成果者)’ 문제는 CEO들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많은 경영자가 “일을 못 하니 내보내도 되지 않겠느냐”고 쉽게 생각하지만, 대한민국 노동법 체계에서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이 규정하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제시하는 정당성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행하는 해고는, 결국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수억 원의 금전 보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대법원 판례가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인사평가 시스템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단순히 상급자의 주관적인 평가나 감정적인 불만족은 해고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기업은 해당 근로자가 왜 저성과자인지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 평가는 사전에 공개된 명확한 기준(KPI 등)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어야 하며, 동종 직무를 수행하는 타 근로자들과 비교했을 때도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상대평가라는 이유만으로 매년 하위 5%를 기계적으로 해고하는 방식이 법원에서 매번 무효가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번째 경계선은 기업이 저성과자를 구제하기 위해 ‘얼마나 성실한 노력을 다했는가’이다. 판례는 성과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해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기업이 해당 근로자에게 성과 향상의 기회를 주었는지, 즉 업무 교육(PIP)을 제공하거나 직무 재배치를 시도했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일을 못 하는 원인이 조직의 지원 부족이나 부적절한 직무 배치에 있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 즉 ‘적격성 결여의 고착화’가 증명되어야만 비로소 해고의 문턱에 다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고용유지 노력의 한계’가 증명되어야 한다. 판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당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저성과자로 인해 조직 전체의 비효율이 극심해지거나, 다른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업무적 부담을 전가하여 기업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는 정황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는 해고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Ultima Ratio)’이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며, 이 단계에서 정밀한 법리적 스크리닝이 부재하다면 법원은 여전히 기업에게 고용 유지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
결국 저성과자 해고는 단순히 ‘인사권의 행사’가 아니라, ‘인사 시스템의 완결성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행하는 감정적 해고는 조직에 더 큰 혼란과 법적 리스크만을 안길 뿐이다. 현명한 경영자라면 해고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기 전에, 우리 회사의 인사평가 제도가 법원에 제출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공정한지, 저성과자에게 진정성 있는 개선의 기회를 주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아슬아슬한 노무 법리의 경계선 위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안전하게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원칙에 충실한 시스템 경영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천수 대표 노무사 (제일인사노무법인)
○ 제2회 공인노무사 시험합격 (1989)
○ 연세대 법학과 졸업
○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 서울시립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박사)
○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문관 역임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역임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고위지도자과정(30기)
○ 국무총리 표창(2003)
○ 저서 「노사협상 전략과 쟁점」 외 다수
○ 다수 공,사기업 및 노동조합 노무 고문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