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좌충우돌 인생 3막

공간을 정리하는 것은 나를 돌보는 일


최근 이사를 하면서 공간이 주는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집이란 그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하루를 보내는 곳이라고만 여겼지요. 그런데 막상 새로운 집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집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이삿짐 직원들이 돌아간 후, 한쪽 구석에 탑처럼 높이 쌓여있는 상자와 마구잡이로 수납장에 들여놓은 물건들은 헝클어진 내 일상처럼 뒤섞여 있었습니다.

 

내 삶은 분명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일상은 관성처럼 여전히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듯한 요즘입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루를 살았어도 저녁마다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나를 마주하곤 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며칠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길을 벗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적지가 바뀌었는데도 그곳을 향해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지나온 길과 새로운 길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목표지점으로 가려면 그쪽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내 집처럼 복잡하고 어지럽기만 했습니다. 나는 눈에 보이는 곳부터 하나씩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정리 계획표’를 작성했습니다.

 

‘정리의 시작은 버리는 것부터’

 

우선 버릴 것과 항상 쓰는 것, 그리고 가끔 쓰는 것을 나누어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다음엔 버리는 것부터 모아 쓰레기봉투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버리는 것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옷이었습니다. 십 년이 훌쩍 지났어도 여전히 미련이 남아 떠나보내기 아쉬운 옷들이 너무 많았지만 새롭게 다시 살 옷들을 생각하며 과감히 버리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속상한 마음이 더 컸지만, 집에 여유 공간이 생기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방 하나를 비우고 옷방으로 꾸몄습니다. 거실 한쪽을 비우고, 책상 위를 닦고, 자주 쓰는 물건을 편한 자리에 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게 필요한 것과 더 이상 붙잡지 않아도 되는 것을 조용히 구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지나간 시간도 함께 만납니다. 어떤 물건에는 미련이 남아 있고, 어떤 물건에는 고마움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버리는 일도, 남기는 일도,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수에서 공간의 흐름은 외부 기운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현관이나 창문과 내부 동선, 가구 배치가 ‘정리’되고 ‘순환’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흐름이 막히면 탁한 기가 정체되고, 흐름이 좋으면 밝고 통풍이 잘되며 동선이 깔끔하면 기운이 원활해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현관은 집의 첫인상처럼 늘 환하고 단정하게 두는 것이 좋고, 침실은 편안한 쉼을 위해 물건을 많이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또 책상이나 작업 공간은 시야가 복잡하지 않아야 생각이 맑아지고 집중하기 쉽습니다.

 

결국 풍수도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 좋은 흐름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오늘 나는 이렇게 내 삶의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바꾸기보다는 오늘은 옷장을 정돈하고, 내일은 책장 한 칸을 정리하고, 또 다른 날은 책상 위에 작은 꽃병 하나를 올려두려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공간을 다듬다 보면 나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나를 응원하면서 조금씩 내 마음도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의 공간을 정리하면서 찾은 ‘희망의 메시지’는 흐트러진 마음을 다독여주고, 새로운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자는 격려의 말입니다.

 

“괜찮아, 조금씩 천천히 가도 돼.”

 

공간을 정리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을 조금 더 다정하게 돌보는 일입니다.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주요활동]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매일매일 달콤했으면, 라떼처럼 (2026) -에듀래더글로벌-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