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좌충우돌 인생 3막

오늘 이 순간을 느껴봅니다.


휴일의 이른 아침, 커튼을 젖히고 창을 열었습니다. 비가 갠 뒤의 아침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상큼한 공기는 온몸을 짜릿하게 합니다. 이 소중한 순간을 오롯이 누리고 싶어 눈을 감고 깊게 숨 쉬어 봅니다.

 

‘참 좋다!’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맑은 공기로 씻겨지는 기분이 드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나와 함께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먹이를 찾아 무리 지어 다니며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따스한 햇볕을 받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젖은 흙 내음과 그 속으로 뿌리를 내리는 나무와 꽃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런 생동감을 느끼며 살며시 눈을 뜨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다지 싫지만은 않습니다.

 

아침을 준비하며 이 어색한 기분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이 달라진 건지 커피를 끓이고 과일을 깎으면서도 그 이유는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나는 그저 미소만 지은 채 그 누구도 떠올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 것도 같습니다. 예전이라면 이 행복감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호들갑을 떨었을 텐데,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도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을요.

 

나는 좋은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먼저 알리고 싶어 마음이 들뜨곤 했습니다. 행복은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것이라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둘러 마음을 밖으로 꺼내놓을 때마다, 행복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오롯이 행복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곤 했으니까요. 섣불리 말한 걸 후회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잘 말해야 할지를 걱정하곤 했습니다.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 사이를 오가던 마음은, 사실 지금 여기에 머문 적이 별로 없었던 셈입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 매튜 킬링스워스와 대니얼 길버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거의 절반을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생각에 쏟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는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보다 행복을 더 정확히 예측한다고 합니다.

 

 

오늘 느낀 이 감정을 교수님과 나누는 동안, 공감 어린 목소리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지나온 수많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많은 것을 잃어 가며 스스로 외로워졌는지도 모른다고요. 저 역시 혼자라는 사실이 행복과 점점 멀어지는 거라 여겼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허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혼자만의 시간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외로움과 혼자 있음을 가르는 건, 그 시간을 누가 선택했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오늘 아침 나만의 시간은 어느 때 보다 진한 행복이었습니다. 이런 평온이 하루아침에 찾아왔을 리 없습니다. 마음을 다잡는 일도 결국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흔들릴 때마다 꿋꿋이 버텨내고, 지나간 일은 아픔과 함께 흘려보내기를 거듭하는 사이 조금씩 단단해진 것이겠지요. 그 아픈 시간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오늘의 평온함을 누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오늘에 충실할 수 있어서 행복한 것임을요. 누군가에게 전하지 않아도 충분한 행복, 그것이 내가 천천히 길러온 마음의 근육인가 봅니다.

 

따뜻한 커피 향기가 코끝에 촉촉하게 맺힙니다. 창밖에서 다시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을 감고 오늘 이 순간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주요활동]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매일매일 달콤했으면, 라떼처럼 (2026) -에듀래더글로벌-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