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의 마음길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


노인복지관에서 한 어르신이 만든 영상에는 잔잔한 음악과‘황혼’이라는 시가 흘러나왔습니다. 내용 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어 적어봅니다.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태어나서 울음소리로 처음 세상을 마주한 모습과 나이 들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다릅니다. 처음 가는 길,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은 설레지만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종종 두려움 앞에서 길 위에 멈춰 서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은 슬픔을 통과해 본 사람들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그 슬픔을 용기 있게 글로 꺼내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기분저하증을 겪고 있다고 고백한 그녀는 죽고 싶었던 어느 날 친구의 “떡볶이 먹으러 가자.”라는 전화 한 통에 분식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살고 싶지 않은 마음에도 먹고 싶은 욕망은 살아 있었던 것입니다. 사라지고 싶은 그 날도 살고 싶은 욕망은 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은 해맑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른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짧은 생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녀의 우울은 타인의 인정으로 내면의 공허를 채우려는 끝없는 갈망과 결코 만족할 수 없었던 높은 자기 비판적 기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녀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 안의 많은 감정을 풀어냈고 그 기록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인기 작가가 된 이후, 그녀는 갑작스러운 대중의 관심과 비난에 노출되면서 타인의 시선에 더욱 예민해졌다고 합니다.

 

모든 삶에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놓인 환경, 다른 생김새로 다양하고 자유롭게 살아갑니다. 그 모든 것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타인의 인생에 눈을 크게 뜨고 지적할 때가 있습니다. 삶의 방향이 타인의 시선을 향하게 될 때 사람은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릴 적에는 타인의 시선으로 위축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놓인 환경만을 기준으로 이해하려 하고 그것이 최고인 것처럼 말했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겐 마음대로 상상하고 거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그런 비난들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시선과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을 밀어내지 않고 통과하는 것, 그리고 그 한가운데를 걸어서 지나가 보면 아무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울어도 보고 힘들다고 말하며 무너져도 됩니다. 다만 그 힘든 자리에 영원히 머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에 진심으로 웃어보는 것, 사랑스러운 반려견과 마주할 때처럼 좀 더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주변의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향해 마음의 크기를 조금씩 넓혀 가는 일, 오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 길 위를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