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걷는다는 것
|
오래 사귀어 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본성을 알 수 없고, 멀리 가보지 않으면 말의 힘을 알 수 없다. - 명심보감 - |
며칠 전 악몽을 꿨습니다. 꿈속 낯선 장소에서 헤매고 있는 나, 그곳은 외국 사람들이 해수욕장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언어도 안되고 길도 모르는 해외 길, 목적지를 찾아가야 하는 현실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꿈에서 깼을 때 아직도 독립적이지 못한 나를 깨달았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처음 경험해보는 일은 설레기도 하지만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 찹니다.
그럴 때 “내가 너를 도와줄게” 구세주처럼 나타나서 무엇이든 척척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독립과 의존 사이에서 흔들릴 때 강해지고 싶으면서도 가끔은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산책으로 우거진 나무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보지만 걷다가 앉고, 라디오를 듣다 생각에 잠겼다가를 반복하게 됩니다.
독립의 길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들과 마주합니다. 산책하며 듣고 있는 라디오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유명연예인의 결혼을 앞두고 현실 조언이 이어졌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크면 ‘나는 다르다’,‘내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잘 극복하고 살아가는 예도 있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으면 뒤늦게 그 무게를 알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독립이라는 길 위에서는 올바른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선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대신 짊어져 줄 수 없는 그 무게. 그것은 오롯이 나의 것입니다.
악몽 속에 낯선 길 위에 서 있는 나처럼, 지도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목적지를 찾아야 할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어쩌면 방향이 아니라 선택 그 자체였는지도 모릅니다. 잘못 가면 어떡하지, 이 길이 맞는 걸까? 그 물음들이 발목을 붙잡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더 잘 선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무게를 덜 두려워하는 법을 익혀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아는 것과 그 선 안에서 잘 선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틀렸더라도 자신을 탓하며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래야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진짜 나’를 알아가게 될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악몽도 헛되지 않았습니다. 낯선 해외 해수욕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 꿈이, 잠에서 깬 나를 일깨웁니다.
‘지금 네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독립의 첫걸음이겠지요.
힘들 때마다 구세주가 나타나면 좋겠다는 마음은 여전히 듭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압니다. 기대고 싶다는 마음과 스스로 선다는 것이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을요. 흔들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것, 걷다가 앉고 또 일어서는 것, 그 반복 속에 좀 더 단단해지는 내가 될 테니까요.
산책길 나무들은 오늘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뿌리는 땅속 깊이 내리면서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되겠지요. 완벽하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나를 받아들여 봅니다. 그리고 오늘도 새로운 답을 찾아 길을 걸어갑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