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주의 행복한 이별

  • 등록 2026.04.02 12: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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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이었습니다


봄빛으로 눈부시지만 이미 피곤한 출근길입니다. 어제와 다르게, 도로변에 놓인 크고 둥근 5개의 화분에 봄꽃이 심겨 있습니다. 방금 물을 주고 손질했는지 산뜻한 모습으로 반짝입니다. 양쪽 끝에는 흰색과 보라색의 팬지가 새침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네요. 그 옆에는 꽃분홍색 팬지가 명랑한 웃음으로 유혹하고 있고요. 제일 가운데에는 금방이라고 날아갈 것처럼 노란 팬지가 꽃잎을 살랑거리고 있습니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바람에 서로 다른 몸짓을 하는 봄꽃에 어느새 시선을 뺏깁니다.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르고 저절로 마음이 말랑말랑해집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우울한 감정이 올라오면 공간을 한번 바꿔보라고요. 인생이 갑갑하다, 지루하다 싶으면 새 공간을 찾아보라고요. 지금 당장 탈출이 쉽지 않다면 다른 새로운 공간을 찾자는 거죠. 새 공간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고, 새로운 행동을 하면 내 인생이 바뀔 확률이 더 커질 테니까요. 그런데 저는 몇 개의 화분이 거리의 표정을 바꾸고, 낯선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찾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새 공간을 위한 변화가 누구에게는 책상 위 꽃 한 송이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냉장고 문에 붙인 예쁜 엽서나 그림 하나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면 그냥 가볍게 산책을 나서는 게 쉬운 방법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아무튼, 자신만의 방식으로요. 그런데 물리적 공간에만 새 공간이 필요할까요? 내 마음에도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물리적 공간의 변화가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심리적 공간도 재배치하면 새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내 마음의 우선순위를 바꿔서 재배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책임과 의무 때문에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할 일, 좋아하는 일이지만 부족한 시간 때문에 늘 뒤로 밀리는 일. 그 가운데 시간이나 요일을 정해 놓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거에 더 마음을 내주면 어떨까요? 잠시 미루거나 게으름 좀 피우면 어때요. 내 마음을 잠시 풀어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내 주는 거죠.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명상이나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자신의 내면으로 들여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5개의 화분이 도심의 시끄러운 거리를 봄으로 바꾸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물리적 공간이든 심리적 공간이든 모든 것은 결국 나만이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의 물리적 공간을 바꿔주고 심리적 공간을 바꿔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품은 적도 있지만,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날입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한참 동안 그 팬지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흰색, 보라색, 꽃분홍색, 노란색. 화분 다섯 개가 시끄러운 도심 한 귀퉁이를 봄으로 바꿔버렸더군요. 내 마음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이미 조금은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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