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머무르기'와 '빠져들기'의 차이
마음 치유를 위해 여행을 떠나 본 적 있으신가요? 여행길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자연은 나에게 충고와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저 “안녕” “왔어” “잘 가”라고 반기며 인사를 하는 듯합니다.
명상을 공부할 때 일입니다. “마주하기 힘든 감정이 있을 때, 그 감정에 충분히 머무르고 빠져야만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나는 말했습니다.
명상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유미 선생님, 불편한 감정을 마주했을 때, 알아차린 후 머물러 보세요.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면 그대로 느껴봐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 거지요. 충분히 머무는 것과 그 감정에 깊게 빠져드는 것은 다릅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불편한 감정을 마주할 때마다 그 안으로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슬픔 그 자체가 되고, 불안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에 갇혀버렸습니다. 감정에 빠져드는 것이 감정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입니다.
'머무르기'와 '빠져들기'의 차이. 그 미묘한 경계를 이해하는 순간, 비로소 제 안의 오래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다시 자신에게 묻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고 싶어? 그 삶 안에서 너는 행복하니?
나무늘보의 느린 걸음보다 더디더라도 오래된 패턴과 습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아차림, 멈춤, 머물러있기. 그리고 전환하기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봅니다.
환자가 원하는 것을 주지 말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라.
-히포크라테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라.'는 말처럼, 조리원에서 만난 한 분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 만난 그녀는 아주 건강하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원인 모를 통증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한 채 값에 달하는 돈을 들여 몸에 좋다는 것은 다 해보았다며, 그 시절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확히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필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다 보니, 어느새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정말 힘든 순간에 필요한 도움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 바라는 것이 다르듯, 몸과 마음도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고 제공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불안하거나 긴장될 때, 맛있는 음식으로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알아차림으로 멈추어, 불안과 긴장된 감정 그대로 머물러 느껴보려 합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회피가 아니라 머무름입니다. 작은 좋은 습관이 모여, 또 다른 좋은 감정을 만들어낼 거라 기대해 봅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