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좌충우돌 인생 3막

  • 등록 2025.08.18 23: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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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극단 울림


오늘은 시니어극단 울림과 함께 만드는 낭독극의 첫 연습이 있는 날입니다. 연습실에 도착해보니 언제나처럼 단원들은 일주일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정겨이 나누며 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대여한 연습실은 약 25평 정도의 꽤 넓고 탁 뜨인 실내 라이브 공연장입니다. 창가 쪽에는 무대가 있고, 객석은 마치 교실처럼 테이블과 의자들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출입구 옆으로 작은 ‘탕비실’도 있어 간편식을 만들어 먹기에 편리합니다.

 

시니어극단 울림은 15명의 정단원으로 구성된 연극동아리입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9명~10명 정도이며 연령대는 40세부터 75세까지 다양합니다. 지역평생학습관의 <제3기 인생대학-연극전공 과정>의 졸업생 열 사람이 2020년 1월 8일에 창단했고, 해마다 두 편 이상의 공연을 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약 6년 전, 저는 지역 연극협회 정회원으로 12년간 활동 중이었습니다. 아마추어로 시작했지만 10년 이상의 경력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공연과 행사 일정이 많아 일년내내 바쁜 배우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활동하던 분 중에 몇몇은 인간관계에 피로감으로 잠시 쉬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행복했던 연극 활동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잊을 수 없었던 한 분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저는 마침 개강을 앞둔 <인생 대학-연극전공> 수업에 참여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지인은 혼자 다닐 용기가 없다며 함께 다니자고 부탁했고, 그렇게 시니어극단과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연극 수업은 일주일에 2시간씩, 1년 과정으로 꽤 긴 시간이었고,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많아 기초이론부터 배웠습니다. 저에게도 초심을 다지고 복습해 보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전공을 마치고 학습관에서는 극단을 만들어 활동할 것을 독려했습니다. 저는 지인의 부탁으로 들었던 수업이라 전공수업을 졸업한 후에 만들어진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참석하지도 않았던 첫 창단일에 만장일치로 동아리 대표로 제가 선출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몇 주 동안을 마다하며 거절해 보았지만, 부회장과 총무를 맡은 어르신 두 분의 부탁과 학습관의 담당 팀장님의 설득으로 시니어극단 울림의 대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1년은 사명감으로, 이후로는 초년기 시절을 떠올리며 활동했습니다. 새로운 연기이론과 기초를 배우며 우리는 모두 행복했었습니다. 그렇게 저와 함께 극단도 성장해 왔습니다.

 

모임의 시작은 항상 동그랗게 둘러앉아 수다를 나눕니다. 테이블 두 개를 가운데 두고 집에서 가져온 감자, 고구마, 옥수수, 삶은 계란, 등을 먹으며 일주일 동안의 피로함을 소통과 공감으로 풀어냅니다.

 

언제나 그렇듯 30분이 지나 충분히 그간의 어색함이 녹은 듯하면 저는 연습 시작을 알립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준비합니다. 낭독극 연습은 목소리와 표정을 가장 많이 쓰기 때문에 목과 얼굴 근육부터 스트레칭을 해줘야 합니다.

 

제일 먼저 입술 털기인 ‘부르르르’부터 해줍니다. 그리고 혀털기인 ‘아르르르’를 해줍니다. 그리고 배를 울려서 소리 내는 ‘발성 연습’도 해줍니다. 복식호흡으로 공간을 울려주는 소리를 내야 하기에 연습과 훈련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눈, 코, 입 스트레칭으로 얼굴 근육을 풀어주고 마지막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나는 가요를 들으며 율동으로 마무리합니다.

 

다음으로 ‘마음 스트레칭’을 준비합니다. 연습하는 동안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마음 근육을 열어 주는 과정이지요. 연습 중에 일어날 수 있는 ‘감정 터치‘에 놀라지 않고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음 근육‘을 키우는 훈련입니다. 예를 들면 극 중에서 갈등 장면을 구현할 때 상대방의 표현 방식이 나의 감정에 거슬려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어렵다면 그 원인을 찾아봅니다. 트라우마를 만들었던 기억을 꺼내어 그 당시의 감정을 떠올려 보면서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마음의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 주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 같이 큰소리로 웃어봅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오랫동안 웃어보는 과정입니다. ’그냥 웃는 것‘이 처음에는 잘되지 않고 어색했지만, 일부러 오랫동안 큰 소리로 웃다 보면 서로의 웃는 모습이 재미있게 보이기도 하고, 나의 웃는 모습이 민망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웃을 이유가 자꾸 생겨납니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보면 나중에는 배가 아프고, 눈물까지 납니다.

 

마침내 모두의 웃음이 잦아들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뀔 때쯤, 한 사람, 한 사람씩, 자세히 살펴보고 칭찬의 말을 주고받습니다. 칭찬받은 사람은 또 다음 사람을 잘 관찰하고 칭찬을 전달합니다. 어느새 단원 모두가 한 번씩 칭찬 주고받기를 마칠 때쯤 연습실엔 따뜻한 온기로 가득합니다. 이제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의 씨앗을 심은 것입니다.

 

“어머, 오늘 김 선생님의 원피스 입은 모습이 나비 같아요. 너무 예쁘세요”

“그래요? 무거워 날지 못하는 나비랍니다. 하하하하하”

 

우리는 작품을 다 완성하여 관객과 만나는 날까지 오늘 느꼈던 감동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관객으로 만나게 될 여러분들과 함께 이렇게 따뜻한 정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며 조금씩 성장해 갈 것입니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용기있는 <시니어극단 울림>의 열정을 응원해 주세요.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주요활동]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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